탑플레이트라는 국산 애니가 최근 한창 방영중입니다. 내용은 역시나 10여년 전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탑블레이드(베이블레이드)와 마찬가지로 팽이로 세계 정복할 기세인듯 하더군요.


그런데 탑플레이트가 베이블레이드를 표절한건거다, 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더군요. 여기에 대해서는 이러한  반박도 나오고 있던데, 일단 팽이 완구 자체를 누가 먼저 기획했냐에 대해서는 지금 국내와 일본에서 말이 서로 달라 논란이 분분하기 때문에 여기서 당장 뭐라 말하기는 좀 그렇네요.

(개인적으로 판단하자면 완구 자체는 일본에서 단독 기획한 것으로 보입니다.)


허나 탑블레이드 계열 애니메이션 3개 작품(탑블레이드 / 탑블레이드V / G블레이드)의 경우에는 손오공이 제작비 60억원중에서 20억원을 베팅하는 한일 합작 형태로 기획되었고, 이에 따라 손오공이 일정 지분을 확보하면서 국내 완구 독점 판매권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습니다. 당연히 로열티는 일본에 한푼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한 애니메이션 및 국내 완구 사업권에서는 손오공이 명백한 권리를 쥐고 있었던거죠. 더군다나 국내 심의 결과 국산 애니와 동등한 자격을 얻으면서 SBS를 통해 방영됩니다.


2004년 G블레이드 이후로 한동안 조용하다가 2009년 메탈파이트 베이블레이드(메탈베이블레이드)가 제작됩니다. 이 때는 국내 심의 과정에서 국산 애니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SBS 방영은 물 건너가고 투니버스/애니맥스 등에서만 방영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4년 후인 2013년 현재, 손오공이 독자적으로 탑플레이트를 기획하면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내용 자체가 팽이 배틀인데다 디자인도 예전의 탑블레이드라든가 메탈베이블레이드와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표절이라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메탈베이블레이드는 일본에서 단독 기획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으나, 2009년 당시의 기사를 참고하면 손오공이 메탈베이블레이드에 114만 7500달러를 투자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걸 단순히 국내 판권을 사온거라고 볼 수도 있으나 해외배급 수익 10%까지 얻는 조건이 있는 것을 보면 이건 명백한 투자입니다.(참고로 저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13억 7700만원입니다.)


표절이라고 말하려면 어느 한쪽이 독자적으로 기획한 것을 어느 한쪽이 무단으로 베꼈어야 하는건데, 탑플레이트의 경우에는 여러 정황에서 볼 때 표절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미 탑블레이드 시절부터 손오공이 제작비를 상당부분 베팅했었고, 여기에 일본의 단독 기획으로 알려진 메탈베이블레이드마저 손오공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여 여기에 해외배급 수익까지 가져갈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저 정도로 엮였다면 일본의 디라이츠/타카라와 한국의 손오공이 서로를 너무나 잘 알텐데, 아직까지는 탑플레이트에 대해 일본쪽에서 뭔가 문제를 제기했다는 소식도 없으니 일단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쪽에서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 때 손오공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일테고 만약 일본쪽에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표절 논란을 더 이상 끌고갈 필요가 없겠죠.


다만 제 생각을 말하자면 과연 손오공이 무단으로 베이블레이드를 도용해서 표절작을 만들 수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동안 탑블레이드 시리즈와 메탈베이블레이드로 국내에서 엄청난 재미를 봤던 비즈니스 관계를 한 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거고, 그렇게 되면 앞으로 손오공의 입지가 위험해질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그 동안의 투자에 대한 대가성으로 일본쪽에서 손오공의 탑플레이트 단독 기획을 묵인한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이게 맞다면 탑플레이트가 일본에서 방영/출시될 수도 있겠죠. 물론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만.)


약간 경우가 다르긴 합니다만, 과자 썬칩과 다이제스티브가 이와 유사한 사례입니다. 원래 썬칩은 미국 프리토레이, 다이제스티브는 영국 맥비티의 간판 상품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리온이 기술제휴를 통해 생산했었다가 나중에 계약이 만료되면서 각각 썬과 다이제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계속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한 번 생각해봅시다. 오리온이 판매하고 있는 썬 / 다이제가 과연 썬칩 / 다이제스티브의 표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창작은 애초부터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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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 개봉작 애니메이션을 더빙할 때 성우를 쓰지 않고 연예인들을 투입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첫번째로는 흥행을 위해 이름있는 연예인들을 투입할 수 있겠고, 두번째로는 아무래도 이름있는 연예인이라면 성우보다 연기력이 뛰어나리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더빙에 연예인을 투입하는 것은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입니다. 왜냐하면 더빙, 즉 목소리 연기라는 것이 단순하게 생각할만큼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예인들이 흔히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 등은 시각적인 연기와 말하는 연기가 혼재하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집중도가 시각적인 것과 말하는 것에 서로 분산됩니다.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어느 한쪽이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지만 않는다면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더빙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건 이미 존재하는 시각적인 요소에 목소리 연기를 맞추는건데, 목소리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상당한 집중도를 요구합니다. 이를 전문적으로 소화하는 직업이 바로 성우인데, 영화나 드라마에만 출연해온 연예인들을 무작정 더빙에 투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거죠.

정 그렇게 연예인을 투입해야만 직성이 풀리겠다면 최소한 정상에 가까운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라도 철저하게 해야할텐데,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 그런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더군요. 한마디로 돈은 돈대로 쓰고 퀄리티는 개판을 만들어놓는 안타까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애초에 목소리 연기 자체가 일반적인 영화/드라마에서의 연기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간과한채 무작정 이름값만 따지고 보는 행태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성우들의 밥그릇을 지키자는게 아니라, 상식적으로 봤을 때 정상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개인적으로 극장 개봉작 애니메이션을 더빙할 때는 신인 성우들을 위주로 오디션을 거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신인 성우라고 하더라도 치열한 성우시험을 뚫은 이상 기본적인 연기력은 검증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더빙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똑같은 목소리'라는 이미지를 떨쳐낼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뭐, 중요한건 기획자들의 판단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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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쟁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입니다.


그 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의 인터넷이 대부분 전화선을 통해 느린 속도로 연결되는 정도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애니메이션 1화물을 통째로 다운받아보는 경우가 극히 없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초고속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바뀝니다. 대도시는 물론 농촌 구석구석까지 초고속 인터넷이 깔렸고 ADSL부터 시작하여 VDSL, FTTH 등에 이르는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의 패턴까지 바꿨습니다.


즉 과거에는 TV에서 방영을 해줘야 비로소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었지만, 2000년대 초반 초고속 인터넷이 깔린 이후로는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애니메이션 1화물을 통째로 다운받아볼 수 있게 된거죠.


문제는 다운받아보게 된 애니메이션 동영상이 99.99% 일본판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보다는 속도가 다소 느린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일본 국내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을 인터넷에 뿌리는 사람들이 늘었고 그것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로 퍼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때부터 일본판과 한국판을 비교하면서 양국 성우간의 우열 관계를 논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일본 성우들은 목소리가 좋고 연기도 잘하는데, 한국 성우들은 목소리가 이상하고 연기도 못한다는 식의 의견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의견을 곰곰이 뜯어보면 논리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저런 식의 의견을 내놓아야 한국 성우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억지를 부린다는 겁니다.


우선 첫 번째로 목소리의 경우를 가지고 양국 성우간의 우열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목소리가 좋다'와 '목소리가 이상하다'를 대비하자면 그야말로 듣기에 정상적이냐 아니냐를 따진건데, 실제 한국에서 더빙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 캐릭터 자체의 특성이 아닌 한은 비정상적인 목소리, 즉 허스키하다든가 혹은 갈라진 목소리 등으로 더빙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간혹 연령대에 맞지 않은 목소리로 더빙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그리 흔하지는 않고요.


실제 저런 식의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조목조목 따지다보면, 결국에는 일본판과 목소리가 다르게 더빙되었으므로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식으로 말을 합니다만 원래 사람 목소리 자체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논리입니다.


이를테면 정상적인 목소리를 내는 10대 소녀는 현실적으로 무수히 많은데 모두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건 아니잖습니까? 따라서 목소리 자체를 가지고 우열을 논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양국 성우간의 연기력 차이를 논하는 것입니다만 이건 어찌보면 굉장히 논란의 여지가 많은 대목입니다. 일단 일본판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일본 성우계는 소속사 체제이고 성우 학교를 통한 양성 제도가 발달되어 있는데다 대우가 좋기 때문에 한국 성우들보다 실력이 더 나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성우가 되려면 일단 방송사에서 실시하는 공채에 합격한 후 2~3년간의 전속 활동을 거쳐야 비로소 프리랜서가 되어 여러 방송사 등에 출연할 수 있습니다. 공채 경쟁률 자체가 1:100을 훌쩍 넘기는, 그야말로 바늘구멍인데다 프리랜서가 되더라도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대접을 잘 못 받는게 우리나라 성우계의 현실입니다.


결국 일본 성우계의 환경이 한국 성우계보다 더 좋으니까 당연히 일본 성우들의 연기력이 나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환경 차이만 가지고 우열 관계를 논하기에는 근거가 너무나 빈약하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야구 환경은 그야말로 극과 극에 가깝지만, 실제 국가대표팀간의 실력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하는거죠.


또한 '일본 성우들이 한국 성우들보다 연기력이 더 뛰어나다.'는 주장 자체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최근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을 녹음하는 성우들중에 상당수가 성우가 아닌 아이돌이거나 혹은 연기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신인들인데, 일본 내에서도 이들이 녹음한 것에 대해 혹평이 많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성우가 되려면 일단 바늘구멍부터 통과하고 봐야 합니다. 즉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성우들은 모두 그 바늘구멍을 통과했으며, 일단 최소한의 검증은 되었다는 뜻입니다. 결국 양국 '신인' 성우들을 비교하자면 한쪽은 검증이 된 경우이고 한쪽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경우인데 이것까지도 일본 성우가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만큼, 일률적으로 양국 성우간의 우열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겁니다.(아이돌 등이 녹음한 일본판이라면 더 볼 것도 없겠죠.)


다시 연기로 돌아가서, 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죠. 그것은 바로 '언어'입니다. 대사가 전혀 없는 무성극이 아닌 이상은 언어를 통해서 연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연기를 논하기 위해서는 그 연기의 바탕이 되는 언어를 기준으로 따져야합니다.


만약 그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당연히 연기에 대해 논할 수도 없고, 연기에 대해 논할 때 엉뚱한 언어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그야말로 몰상식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판과 한국판을 비교한다는 전제하에 연기력을 논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판의 연기를 논하려면 당연히 우리말을 기준으로 따져야지, 어떻게 일본판을 가지고 따질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일본판과 한국판의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로 양국 성우간의 연기력 차이를 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았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서로 다른 언어이기 때문에 표준어를 서로 비교하면 당연히 말투나 억양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성우의 연기력으로 결부될 수 있는걸까요?


결국 한일 양국 성우간의 연기력 차이를 논하는 것 역시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일본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나 아이돌 등이 캐스팅된 경우가 있고, 결정적으로 언어 자체가 다른 일본판과 한국판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판 더빙 애니메이션을 해외 네티즌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판과 목소리 다르고 말투 다르고 연기력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국판을 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해외에서는 애니메이션하면 일본판과 한국판이 투톱일 정도로 한국판의 위상이 높습니다.


이처럼 일본에 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상당한 선전을 펼치는 대한민국 성우들이 좀 더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일본판과 비교를 할게 아니라 대한민국 성우들의 연기 자체를 비판할 줄 아는 상식적인 의견이 하나라도 더 나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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