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 개봉작 애니메이션을 더빙할 때 성우를 쓰지 않고 연예인들을 투입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첫번째로는 흥행을 위해 이름있는 연예인들을 투입할 수 있겠고, 두번째로는 아무래도 이름있는 연예인이라면 성우보다 연기력이 뛰어나리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더빙에 연예인을 투입하는 것은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입니다. 왜냐하면 더빙, 즉 목소리 연기라는 것이 단순하게 생각할만큼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예인들이 흔히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 등은 시각적인 연기와 말하는 연기가 혼재하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집중도가 시각적인 것과 말하는 것에 서로 분산됩니다.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어느 한쪽이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지만 않는다면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더빙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건 이미 존재하는 시각적인 요소에 목소리 연기를 맞추는건데, 목소리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상당한 집중도를 요구합니다. 이를 전문적으로 소화하는 직업이 바로 성우인데, 영화나 드라마에만 출연해온 연예인들을 무작정 더빙에 투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거죠.

정 그렇게 연예인을 투입해야만 직성이 풀리겠다면 최소한 정상에 가까운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라도 철저하게 해야할텐데,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 그런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더군요. 한마디로 돈은 돈대로 쓰고 퀄리티는 개판을 만들어놓는 안타까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애초에 목소리 연기 자체가 일반적인 영화/드라마에서의 연기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간과한채 무작정 이름값만 따지고 보는 행태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성우들의 밥그릇을 지키자는게 아니라, 상식적으로 봤을 때 정상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개인적으로 극장 개봉작 애니메이션을 더빙할 때는 신인 성우들을 위주로 오디션을 거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신인 성우라고 하더라도 치열한 성우시험을 뚫은 이상 기본적인 연기력은 검증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더빙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똑같은 목소리'라는 이미지를 떨쳐낼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뭐, 중요한건 기획자들의 판단이겠지만요.


Posted by mintma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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